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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검객무정검 세트_그린하우스

  • 고룡 지음|1,684쪽|발행일 2019년11월 7일

ISBN : 97911966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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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중국 무협의 전설, 古龍의 대표 무협소설!

 

“나는 감히 단언한다. 고룡의 이 소설을 아예 안 읽었으면 모르지만 한 번 읽으면 반드시 다시 읽게 된다.”_ 좌백

 

인간사와 세정世情에 대한 통찰과 남다른 시각

 

무협사에 있어서 김용과 비견되는 유일한 작가는 고룡이다. 김용이 무협의 외연을 넓혔다면 고룡은 무협의 깊이를 더했다.

고룡은 인간사와 세정世情에 대한 통찰과 남다른 시각으로 종전의 무협이 그려 내지 못하던 깊이를 보여 주었다.

그런 고룡도 무협을 쓰기 시작한 후 10년 동안은 와룡생과 진청운의 경향을 따라가는 평범한 무협소설가에 불과했다. 그가 작품의 전기를 맞이하고 인간 사회의 깊은 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을 쓰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은사의 조언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무협소설을 밥벌이의 도구로만 여기던 그에게 은사는 무협소설도 쓸 가치가 있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갈파하며 그런 소설을 쓰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낀 고룡은 이전까지의 작풍을 버리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 그리고 무협 팬이라면 다들 아는 유명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에 이 소설 『다정검객무정검』이 있다.

이 소설은 이전까지의 어떤 무협소설과도 다르며 또 어떤 무협소설도 그려 내지 못한 깊이에까지 도달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을 포함한 모두가 자기만의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악하거나 이기적이고 비열하고 배신을 일삼는다. 심지어 종전에는 장식품으로만 여겨지던, 그만큼 개성 없이 평면적으로만 그려지던 여성 등장인물들조차도 그러하다. 그들은 하나하나 약점만큼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의 이유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강호가 어딘지 묻지 마라, 사람 사는 곳 그곳이 바로 강호다.’라는 말의 진의를 고룡은 이 작품으로 보여 주고 있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다 그러하듯 영웅과 협객의 무대인 무림 또한 고통과 실망이 가득한 곳이다.

그런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그것을 고룡은 유소필위有所必爲, 즉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끝까지 그것을 수행할 것으로 제시했다.

 

『다정검객무정검』작품 속으로

 

주인공 이심환은 무림에서 세 번째 가는 고수로 꼽히며 그의 무기는 비도다. 나이는 사십 안팎. 그는 십 년 전에 자신의 의형 용소운과 외사촌 여동생 임시음을 맺어 주고 그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증여한 뒤 유랑의 길을 떠났었다. 실은 임시음은 원래 이심환의 약혼녀였고(친사촌이 아니면 사촌 간의 혼인이 가능함), 이심환의 목숨을 구해 주고서 결의형제한 용소운 이 두 사람의 약혼 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임시음을 좋아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심한 상사병에 걸리게 되자 이심환이‘친구’에게 ‘여자’를 양보했던 것이다. 그동안 임시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해 온 이심환. 지금 그는 유랑을 끝내고 전에는 이가장이었으나 지금은 흥운장이 되어 버린 옛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돌아가는 길에 그는 쾌검의 고수인 아비라는 이름의 젊은 친구를 사귀게 되고, 금사갑이라는 보물의 쟁탈전과 매화도의 연속 살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와중에 한 악독한 아이의 무공을 폐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용소운-임시음 부부의 아들 용 공자였다. 옛 집에 돌아오니 용소운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임시음은 그를 원망한다.

옛 집에 머무는 중 모함에 걸린 이심환은 매화도로 몰려 사로잡힌다.

알고 보니 이는 용소운의 계책에 당한 것으로, 임시음을 다시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용소운이 시기와 질투로 인해 이심환을 몰래 제거하려 한 것이다. 임시음은 이심환을 구해 주려 하고 용소운은 그것을 저지한다.

이심환은 조사를 위해 소림사로 보내지고, 도중에 몇 차례 살해 위험을 겪고, 마침내 소림사에 도착하지만 소림사에서도 혐의를 벗지 못한다.

그동안 아비는 임선아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노예가 된다. 임선아는 임시음과 의자매 관계로서 여러 남자를 유혹하여 지배하는 악녀다. 아비는 이심환을 구하기 위해 매화도 흉내를 내지만 임선아의 음모에 넘어가 사로잡히고, 역시 소림사로 끌려간다.

이심환은 소림사에서 일어난 일련의 장서 도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매화도 혐의를 벗는다.

흥운장으로 돌아온 이심환과 아비. 이심환은 매화도의 정체가 임선아임을 알아내고 아비는 자신을 배신한 임선아를 검으로 찌르려 한다. 작가는 이 장면의 결과를 보여 주지 않고 다음과 같이 하나의 의문문과 두 개의 감탄문으로 대신한다(작품 제목이 여기에서 나왔다).

 

“아비는 과연 이 일 검을 찔러 낼 수 있을 것인가?”

“검은 무정하다! 하지만 사람은 정이 많은 것이다!”

 

여기까지가 2권까지의 이야기다. 3권의 시간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다. 떠나 버린 용소운은 행방이 묘연하고 폐허가 된 흥운장에는 임시음 모자만이 남아 있다. 이심환은 흥운장 맞은편 객잔에 머물면서 임시음을 몰래 보호하고 있다. 아비는 임선아와 함께 실종되어 소식이 끊겼다.

용소운은 무림의 고수들을 이용하여 이심환을 해치고자 한다. 거듭되는 살해 시도를 극복해 가는 이심환. 천기노인의 손녀 손소홍이 이심환을 도와준다.

무림 제이 고수인 금전방주 상관금홍이 제자 형무명과 함께 이심환을 죽이러 오고 그걸 무림 제일 고수인 천기노인이 막는다. 용소운이 초빙한 고수들과 함께 돌아왔다는 소식과 아비의 소재를 알려 주는 천기노인의 조언에 따라 임시음 곁을 떠나 아비를 만나러 가는 이심환. 임선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아비는 이심환을 만난 뒤 다시 잠적해 버린다.

이심환을 해치려 하는 용소운, 임선아, 상관금홍. 아비를 지배하려 하는 임선아. 이심환을 도와주는 아비와 손소홍. 이 세 갈래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며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간단한 요약이 전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심환과 상관금홍의 결전을 앞둔 시각. 임시음 모자의 대화를 듣고 갑자기 회개한 용소운은 이심환을 도우러 가다가 죽고, 마침내 임선아에게서 벗어난 아비는 손소홍과 함께 이심환을 도우러 가고, 이심환은 상관금홍과의 최후의 결전에서 승리한다.

마지막 장은 후일담이다. 임시음 모자도 떠나고, 아비도 떠나고, 남은 이심환과 손소홍의 애정이 이루어진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논의를 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심환과 용소운, 임시음 세 사람의 관계로 보면 이 작품은 친구와 여자 중 더 귀중한 것은 친구라는 고룡식 잠언을 서사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잠언은 그러나 표면적 의미 그대로의 것이 아니다. 친구를 택한 뒤에 오는 것이 고통과 번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친구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율배반이 그 심층적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상사병에 걸린 용소운에게 임시음이 외사촌 동생일 뿐만 아니라 약혼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혹은 못한다)는 전제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이심환이며 그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혹은 못한다)는 전제. 이 전제 위에 비로소 잠언이 성립된다. 이 전제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거의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사실은 작품이 쓰인 당시에도 공감받기 쉽지 않았을 것이니 상당히 작위적인 것이라 할 수 있고, 그러한 전제 위에 성립되는 이 잠언은 매우 취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취약성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인 것일지도 모른다. 세 사람의 관계는 선배 작가 왕도려의 『와호장룡』을 상기시킨다. 『와호장룡』의 이모백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다가 죽은 의형의 약혼녀 유수련을 사랑하게 되고 유수련도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모백은 그 사랑을 은폐한다. 고룡과 왕도려 사이의 같고 다름이 흥미롭다.

둘째, 이심환과 두 여성 인물 임시음, 손소홍의 관계로 보면 이 작품은 옛 애인을 잊지 못하던 남자가 그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애인을 얻게 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애인은 자신이 이심환을 사랑한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이심환은 이 여자의 의지에 힘입어 이율배반을 벗어난다. 좀 달리 말해서 이 작품을 잃어버린 옛 애인에 대한 집착을

애도哀悼를 통해 벗어나고 그리하여 우울을 극복하는 이야기라고 본다면, 그 극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손소홍이라는 여자의 존재다. 그러나 분량의 비율로 볼 때 우울 극복은 말미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분량은 우울에 할당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우울 극복에 감정이입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셋째, 아비와 임선아의 관계로 보면 이 작품은 남성을 파멸적인 상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여자, 즉 팜므 파탈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비라는 젊고 유능하며 순수한 남자가 팜므 파탈의 함정에 빠졌다가 결국 그로부터 벗어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이 남자는 진짜 어른이 된다. 그러니까 이것은 성장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룡에게도 성장소설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덧붙이자면 무협소설 마니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으로 아비가 『무림외사』의 심랑(그는 이심환의 스승이다)과 유관한 것으로 암시된다는 점이다. 아비를 심랑과 백비비 사이의 사생아라고 추측하는 설도 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왕가위 영화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으로 아비阿飛라는 이름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에서 배우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와 같다는 점이다(‘아’는 성이나 이름자 앞에 붙여서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표현이다). 왕가위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넷째, 이심환과 용소운, 아비의 관계로 보면 이 작품은 옛 친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새 친구를 얻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브로맨스로 바뀌어서 그렇지 실은 이심환, 임시음, 손소홍의 관계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다섯째, 매화도라는 연속 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된다. 그밖에 용소운이나 기타 인물들이 꾸미는 여러 음모들을 파헤치는 이야기들도 모두 그러하다. 추리소설적 요소는 원래부터 무협소설의 중요 요소 중 하나지만, 고룡 작품의 추리소설적인 요소는 기왕의 그 어떤 무협소설들에서보다 완성도가 높다. 더 중요한 것은

고룡에게서는 그것이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 내지 본질적인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섯째, 첫째부터 넷째까지의 논의들은 모두 언정言情에 관한 것이다.

언정이란 정을 이야기한다는 뜻이니 언정소설은 곧 애정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다. 무협소설의 언정파는 1930년대의 선배 작가 왕도려가 선구자라 할 수 있다. 김용도 양우생도 고룡도 모두 왕도려의 계승자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고룡이 특이한 것은 언정을 실존주의적 맥락 속에 놓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과 출신이고 서양문학에 조예가 깊은 고룡이기에 그가 실존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다.

 

언정파의 계승자이며 추리류推理類의 완성자이고 실존파의 창시자인 고룡의 작품은 경향이 다양하지만, 그 다양성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 『다정검객무정검』이다.

한 경향 안에서는 완성형의 자리에 있고 다른 경향들에 대해서는 원형의 자리에 있는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고룡의 대표작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이 왕년에 『비도탈명飛刀奪命』 『소이비도小李飛刀』 『영웅도英雄刀』 등의 제목으로, 주인공 이름까지 바뀌면서 마구잡이 번역되었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다행히도 이번의 새 번역은 적확한 직역과 유려한 의역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여 읽는 이를 흡족하게 해 준다.

 

◼ 출판사 서평

 

고룡의 작품을 정식 판권 계약을 통해 출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일이다. 이는 장르소설 업계뿐 아니라 출판업계에도 전에 없었던 신선한 시도이자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고룡의 무협소설이 수백여 권 출간되기는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출간된 적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출간은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침체에 빠진 국내 무협 시장에 르네상스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고룡 작가의 후손들이 설립한 고룡저작권발전위원회와의 정식 판권 계약을 통해 고룡 소설의 완역본을 출간한다. 고룡의 걸작들을 계속 출간할 계획에 있다.

고룡이 보여주는 진짜 무협 세계에 오신 독자 여러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매력적인 소설의 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 목차

 

〚1권〛

추천사 _ 좌백 인간사와 세정世情에 대한 통찰과 남다른 시각

추천사 _ 전형준 언정파의 계승자이며 추리류推理類의 완성자이자 실존파의 창시자

 

01 비도飛刀와 쾌검快劍

02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있어

03 보물을 보면 욕심이 생기는 법

04 미녀 앞에서는 의지가 꺾이는 법

05 눈보라 몰아치는 밤에 사람을 추적하다

06 술에 취해 구세주를 만나다

07 실수로 친구의 아들을 상처 입히다

08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09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법

10 십팔 년 전의 원한

11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이 내려오다

 

〚2권〛

12 가슴 아픈 사람들

13 불의에 찾아온 재난

14 유구무언

15 정은 깊고 의리는 무겁다

16 거짓된 의로움

17 진면목이 드러나다

18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랄 일을 겪다

19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20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운 법

21 영광스러운 친구

22 다시 출현한 매화도

23 실수로 그물에 걸려들다

24 역도를 처치하다

25 검은 무정하지만 사람은 정이 많다

 

〚3권〛

26 작은 가게에 찾아온 괴이한 손님

27 작은 가게에 찾아온 또 한 명의 괴이한 손님

28 목숨을 앗아 가는 동전

29 눈이 달린 채찍

30 길고 긴 밤

31 소이비도

32 친구와 적

33 놀라운 문답

34 놀라운 소식

35 사람을 잡아먹는 전갈

36 이상한 감정

37 노인

38 손녀와 할머니

39 아비

40 간통

41 교활한 토끼

42 악독

43 생사의 갈림길

44 구사일생

45 위기일발

46 영웅과 효웅

47 대환희여보살

 

〚4권〛

48 거대한 여인

49 각자의 계획

50 다정함이라는 함정

51 의외의 사태

52 함정

53 속임수

54 거래

55 탕부

56 검이 뽑히다

57 불꽃

58 영웅

59 용기

60 우정

61 승낙

62 절초絶招

63 절교

64 재앙

65 이용

66 분노의 불길

67 자초한 모욕

 

〚5권〛

68 무예의 정점

69 신과 악마 사이

70 참된 군자

71 독부毒婦의 마음

72 심기의 대결

73 인성과 선악

74 찜통과 족쇄

75 격앙된 마음

76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

77 절묘한 수법

78 흥운장의 비밀

79 무시무시한 결투

80 의리 있는 친구

81 크나큰 실수

82 무심결에 저지른 큰 실수

83 말 없는 위로

84 위대한 사랑

85 갑자기 다 깨닫다

86 누구의 잘못인가

87 피로 업보를 씻다

88 다시 태어나다

89 승부

90 사족

 

◼ 본문 중에서

 

〚1권 비도와 쾌검〛

 

“바로 당신이었군!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심환은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제야 나를 알아보다니 안타까운 일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텐데.”

이 말을 제갈뢰는 듣지 못하였다.

앞으로도 영원히 듣지 못할 것이다.

청년도 고개를 돌려 제갈뢰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놀란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청년은 그저 한 번 슬쩍 바라보았을 뿐

곧 이심환의 앞으로 걸어왔다.

야성으로 가득한 그의 눈동자에 따뜻한 웃음기가

한 가닥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그는 다만 한마디 말만을 하였을 뿐이다.

“술 한잔 사 드리지요.”

_ 본문 중에서

 

〚2권 검은 무정하지만 사람은 정이 많다〛

 

용소운은 깜짝 놀란 듯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이심환은 두 다리를 구부린 채 눈밭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계속 기침을 하는 중이었는데,

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한 기침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손에는 예의 그 비도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치 물에 빠져서 곧 죽게 된 사람이

지푸라기 한 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지푸라기는 결코 그를 구해 주지 못할 것이었다.

비도가 비록 손에 들려 있으나 다시는 날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평생을 오만하고 고독하게 지내 온 이 영웅이

정녕 이런 최후를 맞이해야 한단 말인가?

용소운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 다 내 잘못일세. 미안하네, 미안해…….”

_ 본문 중에서

 

〚3권 영웅과 효웅〛

 

“천하를 놓고 본다면, 나와 생사를 겨룰 수 있는 적수가

당신 하나인 것은 물론 아니오.

하지만 무공이 나보다 열 배나 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꼭 내 눈에 차리라는 법은 없소.

내가 만약 그런 사람의 손에 죽는다면,

죽으면서도 통쾌하지 못한 바가 있을 것이오.”

“맞소. 존경할 만한 친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존경할 만한 적수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오” .

“바로 그런 까닭에 오늘 우리의 일전은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오.

나 곽숭양, 오늘 그대의 손에 죽는다 하여도 여한이 없소!”

_ 본문 중에서

 

〚4권 검이 뽑히다〛

 

한 자루 얇은 검.

무척 가볍고, 자루마저도 가장 가볍고

가장 부드러운 나무로 만들어졌다.

손을 보호해 줄 코등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검을 내뻗을 때

그의 손을 벨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병기 가운데

이 검을 부숴 버리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검이 날아들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은 무척 특별한 검이었으며,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이런 검을 사용할 수 있었고,

또 이런 검을 사용할 용기가 있었다.

_ 본문 중에서

 

〚5권 승부〛

 

승부를 결정지었던 것도 단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은 얼마나 긴장되고 얼마나 가슴 떨리는 것이었던가!

그 순간이 강호에 끼칠 영향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번득이는 도광은 그 얼마나 놀라웠을까! 그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손소홍은 그 순간에 발생한 일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직접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호흡이 절로 멎어 버리는 것이었다.

유성도 무척 아름답고 장엄하다.

유성이 암흑을 가르며 발하는 빛은 보는 사람을 흥분하게 하고 감동시킨다.

하지만 유성의 빛조차도 그 빛나는 도광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유성의 빛은 짧고 격렬하다.

하지만 그 빛나는 도광은 영원하리라!

_ 본문 중에서

 

◼ 저자 ‧ 감수 ‧ 번역자 소개

 

저자 고룡

고룡古龍은 필명이고 본명은 웅요화熊燿華다. 1938년 홍콩에서 태어나 1950년에 대만으로 이주했고, 1957년 담강대학 영어과에 입학했다.

1958년에 첫 배우자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타계하기까지 28년 동안 두 번의 동거와 세 번의 결혼을 했다. 동거 생활의 생계를 위해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 1960년에 처녀작『창궁신검蒼穹神劍』을 출판했다.

고등학생이었던 1955년에 이미 순문학 작품인 단편소설을 잡지에 발표하면서 고룡이라는 필명으로 등단했었지만, 생계가 그를 무협소설 작가의 길로 이끈 것이다.

이후 십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1964년 『완화세검록浣花洗劍錄』을 발표하면서부터 자기만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6년의『무림외사武林外史』와『절대쌍교絶代雙驕』, 1967년의『초류향전기楚留香傳奇』, 1968년의『다정검객무정검多情劍客無情劍』등으로 시작된 고룡의 전성기는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이 전성기가 절정에 도달한 것은 1976년 무렵이었다.

1976년에 홍콩의 영화사 쇼브라더스가 고룡의 1971년 작『유성流星.호접胡蝶.검劍』과 1974년 작『천애天涯.명월明月.도刀』를 영화화하면서부터 이른바 고룡의 영화 시대가 화려하게 열린 것이다. 그러나 그 절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1977년 간염 증세가 나타난 이후 고룡의 건강은 점차 나빠져 갔고, 그에 따라 작품 활동도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1985년에 간경화로 인한 식도류출혈로 타계했다. 향년 48세. 그의 작풍은 서양문학과 전통문학의 문체가 혼재된 기존 무협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것으로 김용도 “고룡이야말로 협객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높게 평가하였다.

고룡은 칠십여 편이 넘는 장편 무협소설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다정검객무정검』은 그중 대표작이며,『절대쌍교』『초류향전기』등이 한국의 무협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감수 전형준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단에 나온 뒤「우리시대의 문학」과 「문학과 사회」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현대 중국문학의 이해』『현대 중국의 리얼리즘 이론』『무협소설의 문화적 의미』『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보는 중국문학』『언어 너머의 문학』등의 학술서와『지성과 실천』『문학의 빈곤』『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등의 문학비평집이 있다. 역서로 루쉰魯迅의『아Q정전』과 왕멍王蒙의 『변신 인형』 등이 있고, 편저로『민중문학론』『주변에서 본 동아시아』등이 있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장, 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장,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서울대학교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문학과 지성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최재용

서울대학교에서 학사를 마친 후 석사 과정에 진학, 대중문학을 주제로 하여 석사학위논문을 썼다. 이후 북경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의 인터넷 문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중국의 대중문화 전반을 주요 연구 영역으로 하고 있으며,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여러 방면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문화적 현상을 연구하여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연구자로서뿐만 아니라 무협과 판타지 등 장르소설의 오랜 팬으로도 활동해 오고 있으며, 2010년에는 적우라는 필명으로 무협소설 『철인문鐵人門』을 발표하기도 했다. 옮긴 책으로 중국 작가 한한韓寒의『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토마스 맥러플린의『거리의 지혜와 비판이론』등이 있다. 현재 명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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